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김천이슈보도

[칼럼] 인기영합인가, 졸속행정인가 – ‘김호중 소리길’이 남긴 질문

김천시민일보 기자 입력 2025.05.25 10:42 수정 2025.05.25 10:46

-김호중 소리길 존폐 여부 투표중.
-매년 막대한 예산이 재투입되는 상황에서, 그 실효성이나 파급효과는 철저히 검증된 적이 없어.

김천시는 가수 김호중이 다닌 고등학교 인근에 ‘김호중 소리길’을 조성하고 매년 수억 원의 유지관리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길은 마치 지역의 상징이자 문화유산인 양 포장되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그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과 인기영합이었고, 결과는 정체성과 공공성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호중이라는 인물은 뛰어난 성악 실력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인물이지만, 그의 과거는 결코 깨끗하지 않다. 음주운전, 학창시절 폭력 논란 등 공인으로서 지닌 수많은 흠결은 지역을 대표하기에는 부적절한 이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김충섭 시장 시절, 그의 이름을 딴 길을 조성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은 정치적 인기몰이와 문화관광 효과라는 장밋빛 환상에 기대어 추진된 졸속행정이었다고 평가받는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김호중 소리길’은 명확한 운영 계획이나 문화적·역사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채, 단순히 연예인 팬심을 자극하는 관광지로 소비되고 있다. 지역민 중 상당수는 해당 조성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특히 과거사로 논란이 지속되는 인물을 시 상징으로 삼는 것은 김천시의 공공 이미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매년 막대한 예산이 재투입되는 상황에서, 그 실효성이나 파급효과는 철저히 검증된 적이 없다. 관광객 유입 효과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 기여가 있었는가에 대해 투명한 데이터도 없이 감성적 행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민의 세금이 ‘호중 팬심 마케팅’에 낭비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김천시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지역 고유의 역사, 인물, 자연, 문화자산을 중심으로 한 정체성 확립과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이다. 단기적 관심을 끄는 연예인 중심 사업보다는, 시민과 청년 예술인을 위한 문화 플랫폼 조성이나 지역 내 역사·인물 재조명을 통한 정체성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논란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도시의 문화적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민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김호중 소리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그것은 인기 영합 행정의 결과물이며, 지역문화와 세금 집행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상징이다. 김천시는 지금이라도 이 조성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공정책의 기준을 바로세워야 한다.




저작권자 김천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