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섭 전 김천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해피투게더 김천’이라는 실효성 없는 캠페인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크고 작은 부실공사와 불요불급한 사업들로 시민의 혈세를 낭비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 누구도 진지하게 따져 묻지 않았다. 그때 침묵했던 사람들, ‘나 몰라라’ 하던 인사들이 이제 와서 명절 선물 사건이 불거지자 갑자기 정의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참으로 모순된 풍경이다.
한 명절 선물에 몇 만 원의 가치를 두고 '공직자다움'을 논하는 이들이, 수십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갈 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가? 김 전 시장이 추진한 대형 사업 중 다수는 시민의 일상과 무관하거나 지속성이 결여된, 사실상 보여주기 행정에 불과했다. 그러한 예산 낭비에 대해 지금처럼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김천의 모습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절 선물 사건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특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일부 시민은 선물을 받지도 않았는데도 단순히 명단에 올랐다는 이유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그들은 김 전 시장의 정치적 꼼수에 휘말린 ‘의도치 않은 피해자’였다. 이들의 억울함은 반드시 구제되어야 하며,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과태료가 부과되자 마치 이제야 ‘정의’를 깨달은 듯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인사들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며, 책임 회피의 전형이다. 진정한 정의는 예산이 낭비될 때 침묵하지 않는 것이며, 제도적 부조리를 바로잡을 때 발휘되는 것이다.
김천의 시민들은 그 누구보다 이중적 언행에 민감하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가려내야 할 때다. 김충섭 전 시장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은 정당하지만, 그 비판조차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결국 또 다른 ‘기회주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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