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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해피투게더’의 민낯… 보여주기 행정이 남긴 김천시의 상처

김천시민일보 기자 입력 2025.06.28 16:45 수정 2025.06.28 16:53

-구호로 도시는 바뀌지 않는다. 행동과 책임, 그리고 시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김천을 바꾸는 유일한 길.
-시민의 일상과 연결되는 정책보다, 보이는 구호에 집중했고, 그 결과는 ‘도시 전역의 시각 공해’로 이어져.

‘해피투게더 김천’. 몇 해 전부터 김천시 곳곳에서 눈에 띄는 문구다. 공공건물의 벽면, 아파트 외벽, 학교 담벼락, 심지어 조형물까지. 도시 전체가 마치 어떤 거대한 브랜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이 문구는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 구호의 실체가 무엇인지, 무슨 의미인지, 왜 이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됐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

 

김천시가 추진한 ‘해피투게더 운동’은 이름만큼이나 모호하다. 시민과 행정이 함께 행복하자는 선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이미지 개선 사업이었을까? 캠페인 명칭만 거창했지, 실질적인 정책이나 체감 가능한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시민참여 방식 없이, 그저 “좋아 보이는 말”을 반복한 전형적인 구호행정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운동이 콘텐츠 없는 슬로건 마케팅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시민의 일상과 연결되는 정책보다, 보이는 구호에 집중했고, 그 결과는 ‘도시 전역의 시각 공해’로 이어졌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도시의 개성과 조화를 이루기보다,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조형물은 “저걸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낳고, 그 질문은 결국 “세금은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사업이 시민의 동의나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특정 시장의 의지만으로 도시 전체의 이미지와 예산이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시민들은 정책의 대상이 아닌 관찰자 혹은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누구를 위한 운동이었는가? 시민의 삶을 바꿨는가, 아니면 시장의 치적을 위한 포장에 불과했는가?

 

김충섭 전 시장이 주도한 이 사업은 이제 시민 사이에서 “성과 없는 대표 실패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시민이 원한 것은 도시 곳곳에 붙은 ‘해피투게더’ 문구가 아니라, 정말 함께 잘 살 수 있는 정책과 변화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표면만 번지르르한 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본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김천시는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이제 김천시는 물어야 한다. ‘해피투게더’로 무엇을 얻었는가? 시민들에게 남은 것은 조형물 몇 개와 어설픈 구호뿐이라면, 그것은 실패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구호로 도시는 바뀌지 않는다. 행동과 책임, 그리고 시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김천을 바꾸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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