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제 농장에는 소등긁개가 2개 있습니다.
십수년째 소를 키우며 밥법이로 삼고 있지만, 사실 등긁개를 사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뭣땀시 등긁개를 샀을까요?
소를 키우는 농부의 장식품입니다.
굳이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이렇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소들의 가려운 곳도 긁어 주지 못하는 어정뜨기 농부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 못하는 농부는...
작은 선출직이라도 함부로 나서겠다고 설치지마라?"는... 제 인생의 방향을 경계하는 증표의 하나라고 할까요?
저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한우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예전의 한우는
농가(農家)의 큰 살림밑천이었습니다.
논·밭을 갈때에도, 농작물을 옮기는 운송 수단으로도 쓰였고, 마지막에는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쓰이면서 우골탑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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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농민들에게 한우는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서는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물론 요즘은 보기가 힘들지만, 한우의 노동력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곳도 더러 있기는 합니다.
오늘도 한우는 제 할 일을 다 합니다.
죽어서 고기는 귀한 음식의 재료이고, 소 기름은 화장품으로 쓰이고, 소가죽은 신발이나 장식품으로도 쓰인다지요? 그러고 보면 한우는 방귀와 하품밖에 버릴 게 없는 귀한 가축입니다. 물론
저한테는 밥을 먹여주기도 하구요.
소등긁개와 대통령 후보가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만, 사진에 보이는 학벌 좋고 인물까지 좋은 여러 후보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등긁개는 소의 가려운 곳을 긁어서 시원하게 만드는데, 저렇게 훌륭한 분들은 서민의 가려움을 알기나 할까?
정말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까나?
군대는 다녀왔을까나? 혹시나 쫄병시절 한겨울 철책선에서 보초는 서봤을까?
혼잡한 지하철을 혼자서 타봤을까?
연탄 한장의 가격은 알고나 있을까?
어린 자식들 기저귀는 갈아봤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서민들의 생활 전부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소등긁개처럼 최소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때 긁어주겠다는 마음가짐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ㅡ이상은 소등긁개를 보다가 중얼거린 어정뜨기 농부의 혼잣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