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칼럼·기고

알았다면 방임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다.

김천시민일보 기자 입력 2021.11.16 14:16 수정 2021.11.18 22:11

직접적인 지시의 여부를 떠나 내용의 인지 여부를 떠나 시정의 책임자로써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관리자에겐 묵인이나 방관 또한 큰 죄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14군의 지휘관 혼마 마사하루라는 일본군 장군(중장)이 지휘하는 일본군이 마닐라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합군 포로를 잡게 되었다. 

 

5만 4천명의 연합군 포로들을 ‘마리벨레스’지역에서 ‘카파스’지역에 위치한 ‘오,도넬’이라는 약 120km 떨어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일본군은 포로들에게 식수와 식량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지쳐 쓰러지는 포로들을 현장에서 사살하는 등의 비인권적 행위로 인해 약 2만 명 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이송 도중에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 한 이 사건을 많은 사람들은 일명 ‘바탄, 죽음의 행진’이라고 기억하고 있으며 유명한 전쟁범죄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이 사건이 특히 유명한 이유 중에 하나는 사실 ‘혼마 마사하루(이하 마사하루)’라는 장군의 전범재판 때문이다.

 

이 '바탄, 죽음의 행진'이라는 사건에서 마사하루 장군은 포로들의 이송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로들의 감시를 엄중히 하라는 지시를 하였지만, 14군 소속의 ‘츠지 마사노부’라는 중좌가 강인한 군인정신을 강조하며 ‘나약하고 쓸모없는 미군과 필리핀 군 포로들을 처형하라’고 무단으로 상부의 지시를 바꾸어 발생한 일이었다.

 

마사하루 장군은 포로 이송과정에서 포로들의 학대나 처형을 전혀 지시하지 않았고, 학대나 처형에 관한 내용조차 몰랐으며 대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한 후 오히려 그 부대의 대좌가 이송과정에서 한 파견참모의 날조로 인해 학살행위가 발생한 것을 파악하고 처형하라는 지시는 잘못된 것이라며 철회하는 일이 있기까지 하였다.

 

마사하루 장군은 사실 일본군 내에서도 미국통으로 통할 정도로 서구에 대한 이해가 높고 포로수용소의 운영방식도 서구권에서 운영하는 방식인 자치조직을 결성해서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노동을 시키는 형태를 주장했으며 일본군 내에서도 다른 일본군에 비해 포로의 인권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인물이었다.

 

또한 바탄에서 철수하는 미군을 무리하게 추격하는 것도 막았고, 포로 학살을 최대한 자제시키며 일본군의 무모한 정면공격이나 돌격을 막은 사실을 알고 일본 수뇌부에선 군인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야전사령관에서 한직으로 좌천 시켰고 결국 1943년 예비역으로 은퇴까지 하게 된 인물이 마사하루 장군이었다.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전범재판이 열렸고 마사하루 장군은 자신은 전쟁에만 집중한터라 포로 이송과정에 대해선 제대로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고, 그런 정황들과 함께 위의 내용까지 다 밝혀졌음에도 그는 전범으로 처형을 당했다(단, 다른 전범들처럼 죄수복에 교수형으로 처벌하지 않고, 군복에 총살형으로 그의 군인에 대한 명예는 지켜 주었다고 한다).

 

일본군 답지 않게 포로의 인권을 생각한 장군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반대 여론도 많이 있었지만 재판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마사하루 장군은 그 당시 엄연한 14군의 사령관으로 현장을 총괄하는 수장이었으며 휘하의 부대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의 책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부하의 행위나 현장 상황을 몰랐다고 해도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며, 가혹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책임자로써 일어 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묵인이나 방조한 것 또한 범죄로 봤기 때문이다.

 

김천시에서 최근 간부 공무원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고 계약 구매와 관련된 공무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국장급 2명이 중간에 옷을 벗었고, 모 시의원의 주차장 관련 뇌물수수와 추가근무수당 부당수령과 급량비 문제까지 불거져 나왔다.

 

민선 7기가 시작된 김천시는 첫 해인 2018년 청렴도는 3등급이었으나 2019년에는 4등급 2020년에는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추락하였다.

 

김천시 간부 공무원의 구속과 구매계약 담당 공무원의 자살이 그리고 그동안 끊임 없이 이어진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단순히 리더가 ‘나는 몰랐다’라는 말로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로 만들어 모든 것이 해결 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 공무원들을 그 자리에 보내 일을 시킨 인사권자는 누구이고, 이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자는 누구인가?

 

알았다면 방임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다.

 

직접적인 지시의 여부를 떠나 내용의 인지 여부를 떠나 시정의 책임자로써 누구보다 철저하게 관리 및 감독을 해야 할 사람에겐 묵인이나 방관 또한 큰 죄이다.

 

14만 김천시민들에게 위임 받은 권력으로 휘하의 공직자들이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인사 및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해야 할 시장에겐 '나는 몰랐다'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리더에겐 '나는 몰랐다'라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조차도 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김천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