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은 3만원의 행복이나 적어볼까요?
농부도 가끔은 애처가인척 흉내를 내기도 합니다. 뭐 사는게 그렇다네요. 남녀가 결혼을 하고 30년 넘게 살면서 60살을 훌쩍 넘기면 데면데면하게 산다고들 하데요.(물론 아주 특별하게 금슬좋은 부부가 더러 있기는 합니다만...)
직장생활을 오래 했던 사람들이 퇴직후에 갑자기 아내와 친해지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며 푸념하는 것을 더러 봤답니다.
이쯤에서 서론은 싹둑 자르겠습니다.
요즘은 바쁜 농사철이지만 짬이 날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도 반거치농부인
저는 늘 시간이 널널하기는 합니다만...)
어제가 마침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이곳은 거창군 위천면 수승대관광지
주차장 안에 있는 밥집 입니다.
"다우리 밥상" 이름도 예쁘지요?
더 비싼 음식도 있었는데 그냥 대표메뉴인 '다우리 반상'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각종 반찬을 소쿠리에 담아서 갖다 주더만요. 시골 농부들이 들판에서 먹는 새참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요.
밥도 공깃밥 대신에 아로니아를 넣었다는 솥밥을 주는 것도 특이합니다.
2명 한상에 3만원입니다. 얼마전까지
1명당 13,000원을 받다가 며칠전에 15,000원으로 올렸다고 하는군요
12첩 반상입니다. 반찬은 하나같이 맛이 있습니다. 딱 하나 열무김치에다 제피가루를 넣었는지 먹기에 조금 불편합니다. 제피가루는 주로 어탕을 먹을때 양념으로 넣는 것인데, 향기가 독특하지요. 아마도 거창지방에서는 제피가루를 열무김치에 쓰는가 봅니다.
3만원으로 부부가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니 오늘의 일상도 행복입니다.
또 하나 "다우리 밥상"은 고맙게도
수승대(搜勝臺) 안에 있으니 점심을 드신 후에는 산책하기에 딱 안성마춤입니다.
밥상 옆의 가게에서 냉커피를 사들고 위천변을 따라 조성된 수승대로 향합니다.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면 우거진 소나무숲 속인데, 데크길과 잘 손질된 황토길도 있어서 걷기에는 안성마춤인 곳이지요.
물이 말랐습니다. 어찌나 가뭄이 심한지 이곳도 강바닥이 보이네요. 다행이라면 덕유산의 골짜기가 워낙 깊다보니 이 정도의 수량이라도 유지를 하고 있군요.
언제쯤이나 비가 오려는지....
거북바위(龜淵岩)와 강 건너편에 있는 요수정입니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위천이 부지런히 흘러내리다 거북바위에 부딪치며 소(沼)를 만들었군요. 거북바위에는 수많은 명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 중에는 ‘수승대(搜勝臺)’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는 것도 보입니다. 바로 아래에 ‘퇴계명명지대(退溪命名之臺)’란 글자도 있으니 수승대의 이름을 퇴계 이황선생이 지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도 있겠네요. 이곳의 본래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는데 퇴계 선생이 요수 신권(樂水 愼權)에게 명명시(命名詩)를 보내면서 수승대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수승대(搜勝臺)의 원래 이름 ‘수송대(愁送臺)’는 옛 삼국 시대 시절에 신라와 백제의 사신이 이곳에서 송별할 때마다 근심을 이기지 못해 수송이라 일컬었다는 설과 뛰어난 경치가 근심을 잊게 한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조선시대에는 수승대와 수송대가 혼용돼 불렸다고도 하네요.
그래서 얼마전 문화재청에서는 오랫동안 불려져 왔던 명칭의 연원을 확인함에 따라 지정명칭을 개칭 이전의 원래 명칭인 ‘수송대(愁送臺)’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근심을 떠나 보낸다는 수송대가 훨씬 더 싯적이기는 합니다.
물론 저야 이름이 다시 바뀌던 안 바뀌던
별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수승대 산책길에서 만났던 하심송(下心松)을 생각하면서 욕심많은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편하게 살아가면 되니까요.
이상... 어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던 거창군 위천면 위천변에 있는 수승대에서 몇시간을 보냈던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