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옥천 용암사 운무대(雲舞臺)에서...
농부의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여행에 관한 정해진 규칙도 없고, 가고자 하는 장소선택도 즉흥적으로 결정합니다.
어제도 바로 결정하고, 바로 떠났습니다.
사실 이곳은 재작년인가 KBS TV에서 방영하는 1박2일에서 방송을 탔었지요.
미국 CNN 방송에서도 한국을 여행할때
이곳은 반드시 들려봐야 후회를 하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었구요.
TV를 볼 때는 뭐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설마 그렇게 좋은 곳이 가까운 곳에 있을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지요.
오전 10시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출발을 했습니다.
김천 지례면에서 옥천 용암사 주차장까지 1시간 30분쯤 걸린 듯 합니다.
절집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만... 옥천읍 장령산 서북쪽 기슭에다 절터를 잡았더군요.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末寺)라고 합니다. 옥천 IC에서 내려서 절까지 거리도 꽤 멀고, 장령산 중턱의 주차장까지는 비탈길이 꽤나 가파르데요. 또 하나 대웅전 바로 앞에 주차된 차들이 더러 있더군요. 신성한 기도도량에 이건 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암사의 연혁을 읽어보니 신라 진흥왕 13년(552년) 천축국에 갔다가 귀국한 의신대사가 이곳의 산세를 보고 감탄하여 지었다는 절이라고 합니다. 속리산 법주사보다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니 놀랍습니다. 아쉽게도 임진왜란때 폐허가 된 후에 근근이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근래에 대웅전과 요사채를 중건하는 등
옛 사세(寺勢)를 되찾는 중이라구요.
농부는 절집에 들리면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전설같은 것이지요.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한편만 옮겨 보겠습니다.
"절 부근에 용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서 용암사라고 했는데, 일제강점기때 일본놈들이 용바위를 부숴버렸다고 한다.
또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고려의 왕건에게 항복하려는 아버지 곁을 떠나 금강산으로 가다가 용암사에 들러 한동안 머물면서 용바위에 올라 서라벌이 있는 남쪽 하늘을 보며 통곡을 하곤 했었다는 전설이 있다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7호)
대웅전 옆을 지나 산신각을 거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마애불이 나타납니다.
약 3m 높이의 마애불은 연화대좌 위에 발을 좌우로 벌려 서 있는 모습이고, 눈은 가늘고 길며, 입은 작고, 코는 도드라지고 미소를 띠고 있군요. 어깨는 넓고, 팔은 긴 듯 합니다만...예술적으로는 그렇게 뛰어난 작품은 아닌 듯 합니다. 아직까지 국보나 보물의 칭호를 못받았으니까요.
(물론 다르게 보면 뛰어난 작품일지도...)
마애불이 붉은 빛을 띠고 있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누군가가 붉은 물감으로 칠을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마의태자가 신라 멸망을 통탄하며 유랑하던 중에 이곳에 머물다가 떠나자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조성한 '마의태자상'이라고도 한답니다.
마애불은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이 있다고 해서 기도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요즘도 꽤나 많다고 합니다.
마애여래불입상을 뒤로 하고 10여분을
더 올라가면 제1, 제2 전망대가 나옵니다.
조망이 시원합니다. 정지용시인이 그렇게나 못잊어 하셨던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들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운무대에 올라 조망을 보고 나서야....
왜 미국의 CNN방송이 한국에 가면 꼭 용암사를 가보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의 운해일출을 찍으려고 새벽같이 산을 오르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반가운 가랑비는 여전히 내립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절집으로 내려갑니다.
(용암사 동·서 삼층석탑 보물1338호)
운무대에서 내려와서 만난 용암사 동·서 삼층석탑입니다. 특이하게도 대웅전 앞이 아닌 살짝 비켜선 바위 위에 있더군요.
이 석탑은 예술적인 면보다는 건립의 목적과 위치의 선정에 있어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보물로 지정이 되었다지요?
풍수지리학에는 탑이나 건물을 건립해서 산천이나 사찰의 허술한 부분을 채워주고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비보(裨補)사상이 있답니다.
용암사 동·서 삼층석탑(보물 1338호)도 이런 풍수이론에 의해서 건립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동·서 삼층석탑에서 바라보이는 요사채와 주불전, 그 너머 보이는 천불전의 모습이 꽤나 아름답게 보이네요. 이곳에다 두개의 삼층석탑을 세운 이유가 아닐까요?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워낙 가뭄의 끝이라 내리는 비가 싫지는 않습니다. 이번 비로 완전히 해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차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차들도 비에 젖어 있군요. 군소리 한마디 없이 어디던지 같이 동행하는 아내, 그
다음으로 고마운 애마(愛馬)입니다.
이쯤에서 용암사 여행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