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곡간에 좀도둑이 들어 곡식을 훔쳐가는데 그낭 방치하자니 점점 그 횟수와 양이 늘어 결국 마을회의를 열어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습니다.
마을 곡간의 지붕이나 바닥도 튼튼하고 벽도 튼튼하니 다른 곳으론 들어가기 쉽지 않고 분명 입구를 통해 들어갔을텐데 생업에 바쁜 사람들이 계속 곡간에만 신경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니 곡간을 지키는 개를 키우기로 했답니다.
개를 데려다 놓으면 누가 곡간 근처에 나타나면 짖을테니 그럼 마을사람들이 뛰어 나가보면 될테니까요.
읍내에 개시장이 열리는 날, 마을사람들이 개시장에서 가서 개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장날 읍내에 나가보니 장터 한 귀퉁이에 개가 수 백 마리 있었는데 덩치가 크고 사나운 개부터 조만한 애완견까지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대다수의 개들은 낮선 사람을 보자마자 사납게 짖기 시작하고 어떤 놈들은 당장이라도 마을사람들에게 달려들 기세입니다.
그런데 반시간 쯤 돌았을까 털도 하얗고 모양도 예쁜 놈이 마을 사람들을 보더니 좋다고 꼬리를 흔들더니 배까지 까뒤집기 시작하네요.
'고 놈 참 귀엽고 정이 가네. 우리 저 놈 데리고 갑시다.'하고 누군가 말하니 '다른 놈들은 자기를 보며 사납게 짖어대는데 저놈은 우릴 저리 반기니 저놈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고 결국 그 놈이 마을 곡간을 지키게 되었답니다.
사람들만 보면 저리 좋다고 꼬리를 흔들어대니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겠지요.
결국 몇 달이 지나자 곡간은 다 털렸고 이 놈은 뭘 그리 얻어 쳐 먹었는지 뚱뚱하게 살이 쪘더라네요.
결국 곡간에 흉년이 들면 나눠먹자고 쌓아둔 곡식과 마을의 비품은 다 털리고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었지요.
여기서 의문 하나.
친근감과 붙임성 있고 애교까지 충만한 그 개가 문제일까요?
아님 그런 성향을 가진 개를 애완견이 아니라 마을 곡간을 지키라며 데려다 놓은 마을 사람들이 문제일까요?
도둑도 못지키는 개를 가져다 놓은 마을 사람들 참 어리석지 않나요?.
그런데 저런 마을사람들이랑 우리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