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변신은 생존에 참 중요한 것 같다.
지성을 가진 인간사회에서도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론 참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때로는 민주주의의 투사인 척, 때로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척하며 약한 자나 힘든 자들의 곁에 접근해서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며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처럼 행동하다가 그들의 중요한 정보를 빼내면 바로 태도를 바꾸고 권력자에게 찾아가 정보를 팔아 넘기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무엇인가를 쟁취한다.
심지어 어떤 자는 대중들의 불만이 증대되면 자기가 중심이 되어 선동을 하고 앞장을 서는 척하며 자신의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고는 그것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게 아니고 권력자에게 밀당을 걸고 결국 자신을 위한 무엇으로 바꿔 먹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며 언제든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상대방을 물어 뜯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권력의 충성스런 하수인을 자처하다가도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또 다른 숙주를 찾는데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다.
자신을 믿고 같이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뒷통수를 치고는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창조해 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정이나 죄책감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같다.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그들은 더욱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권력이 흔들릴 때 만큼 이것 저것 빼 먹기 좋은 시간은 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신을 잘하는 능력을 가진 그들을 욕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라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더 큰 이익을 위해 헌 신짝처럼 사람들 간의 의리나 신뢰 따위는 사치에 불과하다며 언제나 변심 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들이야말로 어쩌면 물질만능주의에 가장 특화된 사람들인 것을.
사람들 간의 관계나 도리를 따지며 사랑이나 인연에 얽매어, 또는 도덕과 죄책감 때문에 그들처럼 자유롭게 변신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