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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거수기 위원회'를 넘어, 진짜 숙의의 장으로

김천시민일보 기자 입력 2025.07.12 10:50 수정 2025.07.12 10:54

-김천시는 ‘형식적 위원회’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장을 만들어야.
-다양한 의견과 반론을 수용하고 함께 숙의하는 자세가 필요.

한때 김천시의 요청으로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행정과 시민사회가 소통하며 함께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고, 나 역시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응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아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어느 회의에서 ‘평화통일공원’(현 황산공원) 조성계획이 보고되었을 때였다. 나는 당시 “도대체 김천의 황산과 평화통일은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 계획이 다소 무리하고 현실성과 설득력을 결여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비판적인 시각은 환영받지 못했다. 이후 나는 더 이상 회의에 불려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위원 명단에서도 사라졌다.

 

그 경험은 나에게 뼈아픈 질문 하나를 남겼다. 위원회는 정말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자신들의 계획에 동의해주는 이른바 ‘거수기’를 모아놓은 형식적 장치에 불과한가?

 

김천시는 수많은 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도시계획, 환경, 복지, 문화, 교육 등 분야도 다양하고 참여하는 위원들도 나름 각계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회의 운영 방식이나 결정 과정, 그리고 이후의 행정 집행을 보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위원회는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적 장식에 불과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식의 위원회 운영은 시민의 참여를 왜곡하고, 지역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무엇보다도, 시가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양한 의견과 반론을 수용하고 함께 숙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수의 시민이나 전문가가 동의했다는 형식적 면피 논리가 아니라, 실질적 검토와 치열한 논쟁을 통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지역 행정은 시민 모두의 삶에 직결되는 일이다. 행정은 그 자체로 완전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외부의 다양한 시선과 비판이 필요하다. 위원회는 그것을 보완하고 균형을 잡기 위한 도구이지,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한 장식이 되어선 안 된다.

 

이제 김천시는 ‘형식적 위원회’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단지 회의록에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 결정에 반영되고 논의의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반대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행정은 스스로 미래를 외면하는 것이다. 김천시가 이제는 진짜로 다양성을 품는 열린 행정, 실질적 토론이 살아 숨 쉬는 위원회 운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시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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