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배 골프대회”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얼핏 들으면 민간 기업이 후원하는 스포츠 마케팅 행사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이 대회는 이 모 씨의 호를 딴 것으로 경북도비 2천만 원, 김천시 예산 1억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골프 이벤트입니다.
그런데 과연 시민의 세금으로 특정인의 이름을 건 행사를 열어주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요?
김천시민들 다수는 이 대회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열린 듯 닫힌 이 행사는 '관광 활성화'와 '골프 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시민은 소외되고,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더욱이 이는 김충섭 전 시장 임기 말에 강행된 전형적인 치적쌓기 사업으로, 특정인의 이름을 이용해 인지도와 생색을 내고자 한 정치적 이벤트였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대회를 포함해 김 전 시장은 임기 중 형평성을 상실한 각종 지원사업과 불균형한 예산 배분으로 시민사회의 우려를 끊임없이 자아냈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단체, 특정 인물에게만 유독 후한 잣대를 들이대며 예산의 공공성과 형평성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행정의 공정성은 점점 실종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단체는 매년 억대 예산을 별다른 심사 없이 지원받는 반면, 지역 청년 창업이나 복지 관련 사업은 수천만 원도 받기 어려운 현실이 계속돼 왔습니다. 공공예산은 일부 사람을 위한 ‘선심성 지원금’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하는 공공의 자산입니다.
이제는 차기 시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의 불합리하고 편향된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예산의 쓰임이 시민 전체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행사 하나하나, 지원 사업 하나하나가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특정인을 띄우기 위한 예산 집행은 단호히 배제되어야 합니다.
김충섭 전 시장이 남긴 호연배 골프대회는 단지 해프닝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방향성과 행정 철학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입니다. 과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이를 반면교사 삼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정 운영으로 나아갈 때, 시민은 다시 시정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공공자금은 ‘권력자들의 명함용’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미래를 위한 투자여야 합니다. 이름값에 세금이 들어가는 시대는 이제, 정말 끝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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