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칼럼·기고

“작은 도시의 큰 착각”

김천시민일보 기자 입력 2025.07.24 14:12 수정 2025.07.24 14:53

-김천시, 시민구단이 능사는 아니다


김천시가 상무프로축구단의 연고를 이어받은 후, 다시 시민구단 창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민구단이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프로축구단을 말하며, 지역 정체성 강화와 스포츠 저변 확대를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김천시의 이러한 시도는 “작은 도시의 큰 착각”이 될 우려가 짙다.

 

불과 몇 년 전, 상주시가 상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시민구단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논의 끝에 상주시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포기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시민구단 운영은 막대한 예산, 안정적 관중 수요, 지역의 인프라라는 세 박자가 맞아야 성립 가능한 구조인데, 상주시와 마찬가지로 김천시 역시 이 셋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 큰 재정 부담

시민구단 운영에는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인건비, 원정·장비비, 마케팅, 유소년 시스템, 경기장 관리 등 고려해야 할 고정비용만 해도 적지 않다.
상주시는 인구 약 10만, 연간 예산 대비 스포츠팀에 투입할 가용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현실을 받아들였다.

김천시도 다르지 않다. 인구 14만 남짓에 불과한 김천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도시의 활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층 유입도 저조하며 지역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한계가 뚜렷한 가운데, 연간 60억 이상의 예산을 '시민구단'에 쏟아붓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시민 관심 부족과 흥행 리스크

더 큰 문제는 ‘관심’이다. 아무리 프로구단이 생긴다 해도 이를 꾸준히 찾고 응원할 고정 팬층이 존재하지 않으면 경기장은 썰렁해지고, 구단은 운영 동력을 잃는다.
실제로 여러 시민구단들이 ‘유령 관중’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역 언론을 통해 조용히 사라진 팀도 적지 않다.

김천 시민 중 축구에 열정적 관심을 갖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가? 과연 그들이 유료 입장권을 매번 사서 경기장을 채울 것인가?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역의 명예"라는 감성적 명분만으로 수십억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곧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 경남 거제시는 시민구단 창단 후 수년 만에 운영난으로 구단을 해체하고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 충남 아산 역시 팬층 확보와 흥행에 실패한 뒤 결국 시민구단 체제를 포기했다.

  • 경기도 수원FC대전하나시티즌 등 상대적으로 규모 있는 도시조차도 적자 운영과 구단 운영의 비효율성으로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규모와 인프라, 재정, 관심.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시민구단은 ‘지역 명분’이라는 이름 아래 시민 세금을 갉아먹는 구조로 전락한다.

 

▍김천시가 지금 해야 할 일

김천시는 이제 시민의 눈높이에서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스포츠로 지역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생활체육 기반을 넓히고 유소년·학교스포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전문 구단 운영은 그것을 감당할 도시에서 해야 한다. 김천이 지금 감당해야 할 것은 시민구단이 아니라 시민의 삶이다.

 

“축구는 좋지만, 현실은 더 중요하다.”
감성보다 숫자, 명분보다 실효성. 김천시가 진정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한다면, 프로구단이라는 ‘명예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김천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