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하수구 냄새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심해서 토를 두 번이나 했고, 공기청정기를 켜도 소용이 없었어요.” A씨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같은 고통은 A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새벽에 화장실에서 깩깩거리게 만든 냄새의 정체가 뭐냐”는 항의와 “SRF 소각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현재 김천에 위치한 소각시설에서는 수원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하수슬러지를 건조하여 만든 SRF(Solid Refuse Fuel, 고형폐기물 연료)를 소각하고 있다. 이 하수슬러지는 생활하수뿐 아니라 인분·음식물찌꺼기·오니(슬러지) 등 인간 배출물이 다량 포함된 찌꺼기다.
문제는 이처럼 유기물과 중금속, 바이러스, 유해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된 하수슬러지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중금속, 미세먼지, 악취 물질 등 인체 유해 성분이 대기 중에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SRF 소각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 신경계 장애, 발암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다이옥신과 중금속은 한 번 체내에 들어오면 배출이 어려워 만성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성장기 아동,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계층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다이옥신류에 대해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장기간 노출 시 면역력 저하, 생식능력 장애,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 시민단체는 “서울 시민의 인분으로 만든 하수슬러지를 서울이나 수원에서는 소각조차 못하게 하면서, 김천으로 보내 처리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특정 민간업체와 협조해 하수슬러지 SRF 반입과 소각을 “정당화”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절차적 투명성과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하수슬러지 SRF 소각은 소각장의 수익성과 외부 폐기물 처리 부담을 떠넘긴 결과다. 그러나 시민의 건강과 쾌적한 환경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안전과 생명 보호가 우선되어야 하며, 김천시는 SRF 반입 및 소각 중단을 포함한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김천의 하늘 아래에서 시민들이 머리가 아프고, 토를 하며, 숨을 참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피해가 생기기 전에,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해야 할 때다.
※ 첨언: SRF란?
SRF(Solid Refuse Fuel, 고형연료)는 산업·생활 쓰레기나 하수 슬러지 등을 압축, 건조, 성형하여 만든 고체 연료이다. 연료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원화의 한 방식으로 추진되기도 하지만, 원료에 따라 매우 높은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어 특히 하수슬러지 기반 SRF는 사용 반대 여론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