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그 냄새야! 창문 좀 닫아줘!”
어느 비오는 여름밤, 대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들려온 아이의 외침. 이 장면, 낯설지 않다. 이미 수년 전, 대신동 주민들은 “그 냄새”로 인해 창문을 못 열고 살았던 고통을 기억한다.
당시 대신동 일대는 계분(닭똥) 비료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로 인해,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방 안에까지 스며드는 썩은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그 악취가 얼마나 심했는지, 동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고, 아이들 키우는 집들은 이사를 고민했다.
결국 김천시는 혈세를 들여 문제의 비료 공장을 관내의 한적한 면부 쪽으로 이전했다.
그 이후로 대신동의 아파트값이 수천만 원씩 상승했고, 주민들의 얼굴엔 다시 웃음이 돌아왔다.
하지만 공장이 옮겨간 면 지역의 시의원은 그날부터 밤마다 주민들의 악취 민원 전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저 장소를 옮겼을 뿐이다.
요즘 다시금 대신동에서 심야 악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더운 여름밤, 창문을 열었다가 구토와 두통에 시달렸다는 제보도 나왔다.
이쯤 되면 생각이 난다. 김천에너지서비스의 하수슬러지 SRF 시범 소각 운영 당시, 어느 지역 언론인이 취재를 갔다가 밤새 두통과 구역질로 고생했다는 글을 SNS에 올린 일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냄새가 장난 아닙니다.”
냄새라는 건 웃기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냄새로 잠을 설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결국 그 동네를 떠나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그걸 경험했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든다.
“혹시 김천에너지서비스가 민원이 적은 심야 시간대에 몰래 대량 소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밤중에 퍼지는 악취,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창문 닫고 사는 이웃들... 누가 증명해주진 않지만, 시민의 감각은 정확하다.
하수슬러지 SRF란 무엇인가? 수도권에서 발생한 하수처리장 찌꺼기, 인분, 유기성 폐기물을 말린 다음 고형연료로 만든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도 “우리 동네에서는 태우지 마라!”며 반대하는 그것을, 왜 김천에서 소각해야 하나?
업체측에서 석탄이 비싸서 하수슬러지SRF로 연료변경을 추진했다는 말도 있던데, 왜 한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수만 명의 김천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피해를 봐야 하는가?
더 황당한 건, SRF 반대 시민연대의 모 위원장이 석탄에서 하수슬러지 SRF로의 연료 변경을 옹호하는 글을 SNS 여기 저기에 올렸다는 사실이다. 그 배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투성이다. 입으로는 반대, 손으로는 찬성 문서라니. 시민들은 큰 배신감을 느낀다.
우리는 기억한다. 비료공장을 대신동에서 면 지역으로 옮기는 데에도 많은 예산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주민의 건강과 동네의 미래를 지키는 값진 투자였다.
이제 또다시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에도 똑같은 악취, 똑같은 고통, 똑같은 이탈이 반복된다면, 김천은 ‘사람이 살기 힘든 도시’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악취는 부동산의 적이다. 건강의 적이다. 도시의 미래를 좀먹는 독이다.
김천시는 지금 당장 김천에너지서비스의 하수슬러지 SRF 소각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청정연료 방식으로의 전환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시민이 떠나기 전에,
아이들이 아프기 전에,
김천이 다시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그때도 냄새였다. 지금도 냄새다. 그런데 시끄럽게 말 못하게 하려는 냄새가 더 난다.”
시민의 촉은, 언제나 진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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