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우리는 배를 바다로 이끌어야 할 선장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가는 기막힌 현실을 목격합니다. 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선출직 공직자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할 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특정 업체와의 유착을 통해 불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부실 공사를 눈감아주는 행태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마치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 '강물이 흐르는 길을 막아버린' 우매한 촌장의 이야기처럼, 이러한 행위는 결국 공동체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칩니다.
가령, 멀쩡한 도로를 뜯어내고 전시성 사업으로 거대한 조형물을 세우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해당 조형물은 유지보수 비용만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정작 시민들의 삶에 필요한 인프라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리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며, 오직 자신의 임기 내 성과만을 부각하려는 근시안적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부실 공사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공사가 잘못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하자 발생 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하자보수 기간'만을 버티는 이들의 뻔뻔한 태도입니다. 범죄자가 공소시효 만료를 기다리듯,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결국 더 큰 위험을 초래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은 이러한 무책임함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입니다. 하자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유착과 무책임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누군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 그리고 시민 사회 속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양심의 목소리가 절실합니다. 김충섭 전 김천 시장의 명절 선물 사건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용기 있는 행동이 그러했듯,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한 사람의 결심이 거대한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잘못된 시스템 전체를 바로잡고 더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됩니다.
'고개 숙인 권력'과 '책임지는 리더십',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