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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누가 시장님 말을 듣겠소?

김천시민일보 기자 입력 2023.05.20 19:46 수정 2023.05.20 22:48

부하를 사지로 몰며 자신만 살겠다는 비겁한 장수와 위험한 상황에 처한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까지 희생할 각오를 하는 장수, 과연 부하들은 누구에게 진심으로 충성할까?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약 20년 전 태풍 루사가 김천을 휩쓸고 지나 간 후,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김천의 공직사회를 시끄럽게 만든 전무후무한 사건이 있었다.

 

건설과 토목 관련 업무를 하던 정 모 과장과 김 A 계장과 김 B 계장 등 공무원 3명이 무더기로 구속이 된 것이다.

 

죄명은 뇌물수수, 실제 공사 관련 업자들로부터 수 천만 원씩 거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고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명확한 증거 앞에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박팔용 시장은 그 공무원들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며 혼을 냈지만, 그래도 자신의 수족으로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던 공무원들이 평생을 봉직하던 직장에서 불명예 퇴직하고 퇴직금에 연금까지 반토막 나서 말년을 어렵게 살도록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실수를 하더라도 시장 직을 걸고 지켜 줄 것이라는 약속도 하였고, 태풍으로 인해 며칠씩 잠도 못자고 고생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았기에, 그리고 내 자식이 비록 잘못하더라도 내가 따끔하게 혼을 내야지 남이 내 자식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런 심정도 어느 정도 작용하였을 것 같다.

 

박팔용 시장은 구속된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검찰청 지청장실에 찾아가서 선처를 호소했으나, 공무원 비리 사건을 좋아하는 검찰이 모처럼 잡은 월척을 그렇게 손쉽게 놓아 줄 리는 없었다.

 

혹시 시장님도 밑에 직원들한테 상납 받았느냐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선 누구보다 당당했기에, 법원에 찾아가 ‘그들이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받은 돈의 일부는 악성기사를 쓰는 기자들이나 방송국 사람들 입막음하는데 사용했고, 일부는 태풍 루사로 침수된 도로와 수해 복구 작업에 밤 낮 없이 일하는 직원들 격려하는데 사용하여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없다고 지원장을 설득하며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니 김천시를 위해 한번만 살려 달라고 그들의 선처를 호소하였다.

 

지원장은 처음엔 워낙 사실 관계가 명확해 처벌을 면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에 지원장 관사까지 시장이 직접 몇 번을 찾아가 직원들의 선처를 호소하니, 이런 시장의 노력에 감동을 하였던지 구속된 공무원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보라고 하였다.

 

시장이 직접, 김천시청의 공무원들과 피감기관인 시의회 의원들까지 설득하며 탄원서의 작성을 부탁하였고, 이런 모습에 동료 공무원들과 시의회 의원들도 구속된 공무원들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작성에 모두 동참해 주었다고 한다.

 

이후 이런 노력들 때문인지 대범하고 호탕한 지원장의 성품 때문인지 아무튼 법원의 관대한 결정으로 구속까지 된 공무원들은 풀려 날 수 있었고, 다시 복직되어 국장과 과장으로 승진까지 했고 무사히 정년까지 일하다 퇴임하게 되었으며 그 당시 그 공무원들은 이렇게 소신 있고 직원들을 위해 노력해 주는 시장님을 만난 것은 축복이란 말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작금의 김천시, 명절에 관내 유권자에게 선물을 돌린 혐의로 9명의 공무원이 재판중이고, 이 명단을 작성한 정무비서와 그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해 준 홍보업체 간부도 같이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뿐 인가? 2022년 3월경 주민센터와 관내에 배포된 시장의 홍보 내용이 실린 잡지의 유포 건으로 김천시의 팀장급 1명도 재판이 진행 중이며, 국장급 한명은 향응 제공을 받은 혐의로 과장 한 명은 공원 관련 업체로부터 뇌물 수수혐의로 또 한 명은 업자로부터 뇌물을 요구 및 수수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다수는 시장과 관련된 일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되어 신분까지 위태로운 상황 임에도 나는 모른다는 시장님을 두고 내부에선 ‘너무 한다. 저러면 누가 자기 말을 듣겠냐’는 이야기가 돌고, 외부에선 ‘자기 새끼들이야 죽든 말든 자기만 살자는 정말 비겁한 심보’ 라는 말까지 돈다.

 

부하들을 총알받이로 희생시키며 자기만 살 궁리를 하는 장수가 이끄는 군대와 부하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겠다는 장수가 이끄는 군대가 전쟁터에 나가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는 이미 오랜 역사에서 말해주고 있다.

 

어느 순간 비겁하고 무능한 장수 밑에서 장수를 믿지 못하는 오합지졸의 군대가 되어 버린 것 같은 김천시의 미래를 생각하니...

 

앞으로 이 일을 어찌 할 고!

 

민선 1기 박팔용 전.김천시장 재임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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