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천시장의 당선 무효 선고와 대통령의 계엄사태로 인해 매일 같이 펼쳐지는 정쟁을 보며 참 세상이 어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경제는 엉망이고 주변에선 힘들어 죽겠다는 아우성이 일색인 요즘이라 매일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중인데 한 지인으로부터 공연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예전엔 비싼 돈을 줘가며 서울로 대구로 유명한 뮤지컬도 많이 보러 갔었는데, 이젠 그것도 귀찮아서 정중하게 사양을 했더니 재차 권유를 하길래 알겠다고 약속을 하게 되었다.
흔히 연말에 열리는 음악회 같은 것이겠지 하고 갔더니...
이런 동남아 순회공연이 아니라 북미를 비롯해 전세계를 한 바퀴 돌고 온 작품이란다.
이름하여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
1장은 로마의 압제 하에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의 탄생 이야기였다.
로마의 탄압 아래 베들레햄의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한 이야기였는데 배우들의 연기나 음향 연출을 비롯해 노래 등 무엇하나 흠 잡을 것이 없는 공연이었다.
피지배민족의 고단하게 힘들 삶이지만 자신들을 구원하러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노래로 1막이 마무리를 하자 다른 이야기의 2막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동네의 골치덩어리인 안나는 동네를 휘젖고 다니며 온갖 문제를 치고 다니다 부모님께 꾸지람을 듣게 되고 할아버지에게 빨간 구두를 선물해 달라고 했지만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성냥팔이 소녀’라는 책을 받자 가족들에게 화를 내며 잠이 들었는데...
자신이 소설 속에 주인공인 성냥팔이 소녀가 되어 추운 겨울 밤, 온갖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과 질시 오해와 배고픔 속에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워하다 거리에서 얼어 죽는 꿈을 꾸고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았는지 깨닫고 그동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내용이었다.
공연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주변에 눈물을 훔치는 분들도 여럿 계셨다.
마지막으로 3장은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멋진 크리스마스 캐롤송 공연이었다.
탄핵이나 하야니 경제가 폭망했다느니 더 이상은 못 살겠네 하며 거리에 한숨 쉬는 사람들 때문에 12월의 크리스마스를 그냥 잊고 있었다.
골치 아픈 세상사 때문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크리스마스를, 아름다운 선율과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어릴 적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가득 챙겨 받은 듯 감동과 기쁨을 선사해 준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멋진 공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